낮밤 바뀐 올빼미족, 뇌질환·신경장애 '위험'

입력 2020-09-04 10:36   수정 2020-09-05 02:12


“잠은 눈꺼풀을 덮어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모두 잊게 해주는 것이다.”

일리아드를 쓴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잠이 모든 상념을 없애준다고 했지만, 실제 숙면은 더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 뇌의 노폐물을 없애는 것이다.

뇌는 우리가 음식을 통해 얻는 에너지의 25%를 사용한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뇌에는 많은 노폐물이 쌓인다. 뇌의 노폐물에는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단백질 등이 있다. 노폐물이 제때 배출되지 않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뇌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

뇌의 노폐물을 없애는 것이 뇌척수액이다. 그간 뇌척수액은 뇌를 감싸고 있는 액체로, 뇌의 모양을 유지하고 뇌의 충격을 줄여주는 충전재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마이켄 네더가드 미국 로체스터의과대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 뇌척수액이 뇌의 노폐물을 정상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를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글림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면이 매우 중요하다. 뇌가 잠들어야 뇌세포가 수축하며 세포 사이에 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뇌척수액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노폐물을 처리한다. 잠을 자지 않고 뇌가 계속 깨어있다면 노폐물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런데 지난 2일 네더가드 교수팀이 또 하나의 중요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그냥 자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일주기 리듬에 맞게 움직인다. 이를 관장하는 것이 뇌의 시각교차상핵이다. 이 부위에 있는 별아교세포는 일주기 리듬을 복원하는 데 관여한다. 밤낮이 바뀐 지구 반대편에 가도 시차적응을 하는 것은 별아교세포 덕분이다.

동시에 별아교세포는 뇌척수액의 흐름을 제어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별아교세포에서 발현되는 ‘아쿠아포린4’라는 수용체가 뇌척수액의 이동을 결정해 수면 중 글림프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네더가드 교수팀은 쥐의 뇌에서 낮과 밤에 따라 아쿠아포린4의 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야행성 동물인 쥐가 잠자는 시간에 아쿠아포린4의 발현이 현저히 증가했다. 일주기 리듬상 수면해야 하는 시간에 글림프 시스템이 활발히 작동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뇌척수액이 순환을 마치고 모이는 뇌 부위에 형광물질을 주입해 뇌척수액의 흐름도 추적했다. 그 결과 쥐가 수면해야 하는 시간에 뇌척수액이 53% 더 많이 유입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만큼 더 많이 순환하고 뇌의 노폐물도 더 많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로렌 할 브리츠 로체스터의과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밤에 깨어 있는 야행성 생활주기를 갖고 있거나 야간 근무를 위해 낮잠을 자는 사람들이 뇌 질환, 신경장애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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